🌊최파란의 시작노트
언제였더라. 스비 건물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러브버그가 옷에 붙었습니다. 소매에 떡하니.
저는 벌레를 정말 무서워해요. 지난봄 고성에 있는 작은 시골집에서 혼자 지낼 땐 출몰하는 벌레 때문에 일주일 넘게 단 오 분도 제대로 못 잤을 만큼요.
그런데 벌레가 내 옷에. 두 마리 나란히 엉켜서.
소리를 질렀고 사무국에서 뛰쳐나온 직원 분이 벌레를 떼어 주셨습니다.
걔네 바닥으로 나뒹구는데도 떨어질 줄 모르더라고요. 신기했어요. 징그럽고. 죽진 않았습니다.
그 뒤로 러브버그만 보면 죽어도 떨어질 줄 모르던 걔네 생각이 납니다. 저는 연애도 사랑도 도대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왠지
저건 좀 사랑 같다. 그런 생각을 했네요.
내가 목격한 장면 중 제일 사랑에 가까운 것 같다.
최소한 저건 내가 아는 사랑 같다.
뭐 그런 거?
벌레 같은 사랑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.
나쁜 의미 좋은 의미 다 되겠지요.
어떤 장면이 먼저 떠올랐는지 궁금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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